사진학

라이카(Leica)와 35mm 필름 카메라의 혁신

za-yeon12 2025. 4. 10. 22:10

20세기 초, 사진은 여전히 무겁고 부피가 큰 장비를 동반하는 작업이었다.
고정된 대형 카메라, 삼각대, 현상용 장비 등은 사진을 정지된 장면에 국한시키는 물리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라이카(Leica)**의 등장은 단순한 제품 출시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것은 곧 사진의 기동성, 자유로움, 일상성의 탄생이었다.

 

-영화 필름에서 영감을 얻다

35mm 필름 포맷은 본래 영화용 필름 규격이었다.
1889년, 조지 이스트먼이 만든 셀룰로이드 필름 롤은 에디슨에 의해 영화 필름으로도 사용되며, 1컷당 약 24×36mm 크기의 프레임이 자리잡게 된다.

독일의 광학회사 **라이츠(Ernst Leitz)**의 엔지니어 **오스카 바르낙(Oskar Barnack)**은 1913년, 이 35mm 영화용 필름을 정지영상에 활용하려는 실험을 시작한다.
그의 목적은 질병으로 인해 무거운 장비를 다룰 수 없었던 자신의 상황에 맞는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가 개발한 프로토타입 ‘Ur-Leica’는 기존의 유리건판보다 훨씬 작은 포맷이었지만, 연속 촬영이 가능하고 핸드헬드 촬영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이 아이디어는 훗날 라이카 카메라의 탄생으로 이어지며, 사진 표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게 된다.

 

라이카의 탄생

 

-라이카 I의 출시와 충격

1925년, 독일 라이프치히 박람회에서 정식 출시된 Leica I는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장비였다.
알루미늄과 황동으로 제작된 작고 견고한 바디, 필름 카트리지를 장전하는 구조, 36컷 촬영이 가능한 35mm 롤필름 사용 등은 이전의 어떤 카메라와도 달랐다.

특히 라이카는 고정 초점이 아닌 렌즈 교환식 시스템뛰어난 광학 성능을 갖춘 엘마(Elmar) 렌즈, 그리고 셔터의 정밀성이 강점이었다.
이러한 요소는 카메라를 **"어디든 가지고 다니는 눈"**으로 만들어주었으며, 기존의 스튜디오 중심 사진에서 벗어나 거리, 삶, 사건 속으로 진입하는 사진술을 가능하게 했다.

 

-보도 사진과 르포르타주의 탄생

라이카의 소형성과 기동성은 무엇보다도 보도 사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존의 대형 카메라로는 불가능했던 순간 포착, 움직이는 장면, 거리 풍경이 이제는 가능해진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이다.
그는 라이카 카메라를 이용해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이라는 개념을 정립하며,
사진이 단지 기록을 넘어서 시간의 진실을 포착하는 예술 행위임을 증명했다.

라이카는 단순한 장비가 아닌 사진적 사고방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그로 인해 **르포르타주(reportage)**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훗날 매그넘(Magnum Photos)과 같은 사진가 집단의 탄생에도 기반이 된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다

라이카는 예술가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사진을 더욱 친숙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의 장비보다 훨씬 저렴하고 휴대성이 뛰어나 가족, 여행, 일상 장면을 간단히 기록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아마추어 사진 문화는 점차 확대된다.

또한 라이카는 건축가, 작가, 사회운동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에게 시각적 기록 도구로 채택되며,
사진이 단지 사진가의 영역이 아닌 모든 사람의 창작 수단이 되는 시대를 예고했다.

 

 

 

-35mm 포맷의 산업 표준화

라이카의 성공은 곧 35mm 포맷이 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수많은 제조사들이 라이카의 구조와 규격을 모방한 ‘라이카 카피’를 생산하였으며,
1930년대 후반에는 니콘, 캐논, 콘탁스, 미놀타 등 일본 기업들도 35mm 시장에 진입하였다.

35mm 필름은 이미지 품질과 휴대성의 균형대량 생산의 용이성광범위한 액세서리 호환성을 갖추며
사진뿐 아니라 영화, 의학, 군사, 저널리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었다.

 

 

 

라이카와 35mm 필름 카메라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진을 장비 중심에서 시선 중심으로,
스튜디오에서 거리와 현실 속으로,
기록에서 표현과 해석의 세계로 끌어올린 전환이었다.

라이카는 사진의 문턱을 낮추었고, 그로 인해 **"누구나 사진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이제 사진은 예술가의 도구이자, 시민의 기록 장치이자, 시대의 언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