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학

35mm, 중형, 대형 카메라 – 포맷이 만든 사진의 세계

za-yeon12 2025. 4. 10. 22:33

35mm 카메라는 가장 널리 사용된 포맷이다.
정확히는 36×24mm 규격의 필름을 사용하는 이 카메라는, 본래 영화용 필름에서 파생되었으며
1920년대 후반 **라이카(Leica)**를 통해 사진용으로 본격화되었다.

가장 큰 장점은 작고 가벼운 구조, 연속 촬영이 가능한 롤 필름, 그리고 높은 기동성이다.
보도사진, 스냅사진, 일상 기록, 여행 사진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되었으며,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며 사진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기술적으로는 렌즈 교환식 SLR(일안 리플렉스) 카메라RF(거리계 연동) 카메라로 다양하게 발전했으며,
캐논, 니콘, 펜탁스, 미놀타 등 수많은 브랜드가 이 시장에 진입하여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35mm 포맷은 오늘날에도 풀프레임 디지털 카메라의 기준이 되었을 만큼,
사진 기술과 문화의 표준적인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중형 카메라 – 해상도와 깊이의 균형

중형 카메라는 일반적으로 필름 크기가 6×4.5cm에서 6×9cm까지를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인 규격은 6×6cm 정방형 포맷으로, 해상도와 묘사력에서 35mm보다 한층 뛰어난 결과물을 제공한다.

중형 카메라는 1920~30년대부터 상업 사진, 패션, 광고, 스튜디오 인물사진 분야에서 주요 장비로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롤라이플렉스(Rolleiflex), 핫셀블라드(Hasselblad), 브로니카(Bronica),
마미야(Mamiya), 펜탁스 67 등이 있다.

핫셀블라드는 특히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미션에서 사용되며 전설적인 위상을 얻게 되었다.
중형 포맷은 풍부한 계조,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 그리고 깊은 심도 표현 덕분에 예술 사진과 고급 상업사진에서 여전히 선호된다.

단점으로는 무게와 크기, 필름 장당 촬영 컷 수의 제약(예: 12컷), 느린 촬영 속도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은 오히려 사진가로 하여금 신중하고 집중적인 작업 태도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되기도 한다.

 

 

 

대형 카메라 – 정밀함의 궁극

대형 카메라는 일반적으로 4×5인치(102×127mm) 이상의 시트를 사용하는 카메라를 일컫는다.
8×10인치나 그 이상도 존재하며, 한 장의 **시트 필름(sheet film)**을 카메라 뒷면에 삽입하여 촬영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탁월한 디테일 재현력이다.
대형 필름은 현미경 수준의 해상도를 제공할 수 있으며, 특히 건축사진, 정물, 미술 작품 복제, 고급 풍경사진 분야에서 활용된다.

대형 카메라는 틸트(Tilt), 시프트(Shift), 스윙(Swing) 등 렌즈와 필름면을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원근 왜곡 보정, 피사계 심도 조절 등의 고급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매우 큰 부피와 무게, 현장에서의 설치 시간, 어두운 천으로 가리는 초점 조절,
촬영 컷당 필름 교체 등 작업이 매우 느리고 섬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카메라는 예술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사진가들에게 궁극의 선택지로 여겨진다.

 

 

포맷에 따른 철학의 차이

단순히 크기만이 아닌, 포맷은 사진가의 작업 방식과 철학까지 바꾼다.
35mm는 순간성일상성을, 중형은 풍부함안정성을, 대형은 정밀함숙고된 선택을 상징한다.

포맷은 사진의 ‘결과물’을 바꾸는 동시에, ‘접근 방식’ 또한 변화시킨다.
같은 장면을 찍더라도, 대형 카메라는 몇 분이 걸리고, 35mm는 몇 초면 된다.
이 차이는 곧 사진가의 시선과 리듬, 관계 맺는 방식을 형성하게 된다.

 

 

35mm, 중형, 대형 카메라는 단순한 기술적 분류가 아니다.
그 안에는 시대적 배경, 장비의 철학, 그리고 사진가의 태도까지 녹아 있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도 이 포맷 구분은 센서 크기와 활용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으며,
사진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구조적 틀이 된다.

사진은 결국, ‘무엇을 어떻게 찍느냐’의 예술이다.
그 '어떻게'의 시작은 포맷을 이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